산이야기

일림산

고운성 2007. 5. 5. 22:26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어린이날이 우리집에서 사라지고

어린이날이라기 보다는 토요일의 의미가 더 커 산으로 나섰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 몇해전

난 쉬는 날만 되면 바람쐬겠다고 온식구들을 동원했다.

5월5일 어린이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쉬는날(그땐 학교에 쉬는토요일이 없었다) 

계획해 놓았던 나들이가 취소가 됐다. 

신랑은 아이들 핑게를 댔고

얘들은 공부 핑게를 댔다.

난 전쟁에 돌입했고 집안 분위기는 살벌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석가탄신일

난 산행을 선포했고 신랑이나 애들은

아무말 못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따라 나섰다.

그곳이 일림산이다

이미 꽃은 지고 없고 땡볕을 2-3시간 걷고 나서

신랑보다 더 무뚝뚝한 아들의 한마디

"엄마 좋아??"

"........."

 


난 그때 알았다.

산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오는게 아니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하고 와야한다는거...

그려~~~

같이 산에 안다닌다고 가족이 안된다드냐

공부해야할 사람은 공부 하고

공치는게 더 좋은사람은 공을 치고

난 산좋아하는 사람들 하고 산에 다니면 되지...

 


오늘도 그리하여 공휴일이였지만 식구들에게 별 미안함없이 베냥을 꾸렸다.

산행지도를 보니 A코스는 무지하게 만만치 않은것이

제암산,사자산,일림산 세개의 산을 넘나들어야하고

B코스는 또 너무 짧게 애들데리고 일림산을 한바퀴돌던 코스다.

차안에서 우리는 S코스(스페셜코스라고나할까ㅋ)를 만들었다.

제암산 휴양림에서 바로 곰재로 진입해 사자산으로 향하는코스다.

사람들은 적당하게 십여명씩 분산이 되고 난 S코스로 향했다.

 


한여름 처럼 열기가 올라오고 나무가 우거진 곳이 아니라 땡볕이었지만

그리 높지 않은산이라 힘들지 않게 곰재산에 도착했고

바로 철쭉길이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사자산을 지나고 일림산을 지날때 까지

산을 넘기위해 산아래로 내려갈때 말고는 계속 꽃길이다.

앞에선 발그레한 산을 모자만 삐죽삐죽 보이는 산님들의 행열이 장관이고

뒤를 돌아보면 걸어온 꽃구름길이 날 들뜨게 한다.


사자산을 지나 골치재를 올라서서 우리는 점심을 시작했다.

거나하게 한상이 차려지고

산에다니는 사람들 답게 직접따서 담근 매실주, 오디주, 야간문주(인터넷검색요)들이

점심에 흥을 더한다.


일림산을 향해 마지막 땀을 흘리고 마지막 꽃길을 걷는데

산죽들의 세가 철쭉을 제압해가고 있었다.

어느곳은 아예 산죽바다에 빠진 철쭉이 익사직전상태다.

산죽뿌리가 약효(특히남자에게)가 있다는 연구결과만 나오면

철쭉 살리는건 문제가 아닐건데......누가 연구좀 안하나....


용추폭포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르긴 하지만 제법 숲의 규모를 갖춰

땡볕만 걷던 우리에게 5월의 싱그러운 숲을 보여준다.

 


주차장엔 녹차축제한다고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지난주엔 비슬산 참꽃 축제한다고 노래소리가 산을 넘더니만...

온통 여기저기가 축제판이다.

우리도 축제속에서 살자.

축제처럼 푸짐하게 음식도 차려보고

때론 축제처럼 단장도하고 옷도 차려입어보고

처음보는사람이라도 축제때처럼 웃어주기도 하고

식구들과 축제처럼 얼싸안고 놀아도 보고

학원에서 애들과 벌리는 신경전도 축제속에 서바이벌게임정도로 즐기면서

내일을 축제를 기다리는 들뜬마음으로 기다리며

내일 또한 축제로 살아가자.


 


 ____축제 같은 삶을 가지시길_____


 


 


전 또 다른 축제를 위해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