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서
새로움으로 채운 빈자리
고운성
2009. 6. 21. 16:29
아버님은 이 가을을 못 버티고 새로운 분을 맞아 들이셨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 나지 않은건 아니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우리는, 살아있는 우리들 편이다.
남아있는 어머님 물건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새로운분을 모시는 시누이 손길이 예사로 보아지지 않는다.
20살이든 50살이든 70살이든 사랑은 같은가 보다.
아버님은 발그레 생기가 돌고 첫 장가가는 노총각마냥 들떴다.
며느리가 아닌 여자로서 서운하다.
새로모시는 분이 어머님보다 고우시고 인품있어보여
어머님이 옛사람으로 깊이 뭍혀버릴거 같아 더 마음이 휑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우리편을 먼저 생각한다.
"있잖아 아버님집에 가족사진 그만 내려야 되지 않을까?"
"그러게 그래야 되겠네"
나야 며느리지만 아들인 당신은 착잡하겟다.
올가을은 유난히 마음을 헤집는 일이 많다.
신달자에세이에 밑줄그어놓은 구절이 생각난다.
"이 또한 쉽게 지나가리니"
행복할 때는 오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불행할 때는 견디기 위해서.
그래... 올가을도 지나간다.
그리고 여인네 옷벗는 소리를 내며 눈내리는 겨울이 가고
내가 젤 좋아 하는 봄이 올것이고
바닷가가 쓸쓸해지게 여름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가을이 오겟지...
어제 보다 오늘이 더 낫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