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서

30년을 기다린 여행

고운성 2009. 8. 1. 23:28

"어디로 갈거야?"

"몰라 나가봐야 알어"

 

18살때 계획했던 목적지 없는 혼자 여행을 30년 만에 나서게 되었다.

여행은 혼자하는게 제일 좋고

애인하고 가는게 두번째 이고

식구들하고 가는건 세번째

마누라하고 가는건 네번째라는 어떤분의 말에

내 계획이 그리 황당해보이지는 않았는지 허락이 떨어졌다.

신랑의 일방적인 배려는 아니다.   단서는 없었지만

나도 신랑의 이정도의 제안은 받아들이겠다는 묵언의 약속이 포함된 거다.

 

'발길따라~걷~다가~~~ ' "맞어 발길 가는대로 갈거야"

'바닷가 마~을 이르러~~ "아니? 난 산이나 계곡쪽으로 갈건데?"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과~ 밤새워 얘기 하리라~~~ "아녀~~ 난 처음 본 사람하고는 말 잘 안해"

~~~~'가다~가다~ 가~ 지치면~~~다시 돌아오리라'  "안 지쳐도 돌아올께"

'웃는얼굴로~ 반겨주는~~ 그대의 정든품으로~~  " 진짜지??  웃으면서 반겨 줄거지?"

 

신랑은 그렇게 노래로 배웅을 해줬고 기분좋게 한바탕 웃으면서 집을 나섰다.

타이어 교체하고 차 점검하고 고양이 세수로 세차도 대충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점심때가 다되어 출발이다. 

일단 고속도로를 들어 섰는데 습관대로 광주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그리고 항상 광주를 가면서 지나치는 88고속도로를 타고 쭉~~가보고 싶었다.

들떠서인지 5시부터 일어나 설쳤더니만 졸립다.

일단 담양에 들러 한숨자고 쉬었다 가기로 하고 죽록원으로 들어갔다.

 

책한권 들고 사과하나 물고 어슬렁 거리며 쉴곳을 찾는데 사람이 대나무보다 많다.

사람들은 다들 바쁘다.  정해진 마라톤 코스를 돌듯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돌고 있었다.

이건 놀러 온게 아니라 죽록원 코스돌기 숙제를 하러온거 같다.

멋진 대나무를 찍어볼려고 카메라를 찾는데 작은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안보인다.

분명 넣은것 같은데..... 화장실에 버렸을까?  차에 있나?  내려가 볼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뱃속에 애기는 아들 아니면 딸' 이라는데

그래.. 차에 있거나 잃어버린거다.   핸드폰에 몇장 넣고 카메라 생각은 잊자.

 

이리저리 돌다보니 한옥체험실이 나온다.   바로 저기다.  내가 쉴곳이

'송강정'   송강 정철의 유배지 가옥을 그대로 옮긴거란다.

옆마루가 넓직하니, 아예 신발벗고 올라가 누웠다.

사람들은 코스도는 숙제하느라 여긴 올라와 보지도 않아 한적하니 한잠 자기 좋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가지않는다고 큰일날 일도 없다.  

30분 후에 1시간 후에 스케줄이 없다는게 참 마음을 편하게 한다.

가고싶으면 가는거고 가기싫으면 마는거고.....

책을 펼쳐들고 한참을 딩굴고 나왔다.

 

'어디여 가다 지치면 돌아와' 멋진척 문자 보낸 신랑이 전화왔다.

"서울가서 아들이나 만나보고 오지?"

내여행에 나도 안잡는 스케줄을 왜 자기가 잡고 난리야~~~  

광주에 계신 부모님은 지나쳐 오면서도 아들에게는 생각이 다르다.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 굉장히 멀어 다음주 쯤에 한번 내려갈께"

오지말란 소리다.

그랴~~ 나도 내부모 그냥 지나쳤는데 넌들 내가 보고싶겠냐.

 

이제 조금 생각이란걸 해야한다.  어디로 갈것인가.(소용없는 짓이지만)

난 분명 88고속도로로 돌아 나온다고 차를 몰았는데 순창 강진 이정표가 나오는 국도다.

메타쉐콰이어 가로수에 길도 멋지고 내친김에 이길로 달리자.

어차피 꼭 가야하는 목적지가 있는것도 아니니....

 

                ---To be continue---

 

 

 

 

 

 

                                                              송강정

 

 

                                                          

                                                          송강정에세 ...

 

 

 

                                        죽록원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