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여행 셋째날
살다보면 보너스 같은것 들이 주어질 때가 있다.
모악산에는 전북도립미술관 이라는 보너스가 있었다.
영화상영을 어제저녁부터 했으면 대박이었을건데 아쉽게도 오늘저녁부터 영화상영이다.
하는일 마다 그렇게 대박이고 딱 들어 맞는다면 아마도 사는게 시시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오늘은 돌아가야하는 스케줄이 있어서 벌써 내맘대로에 제동이 걸린다.
결혼전 친구들과 금남로에서 만나기로 하고 시간이 남으면 남도예술회관 미술전시실에서
시간때우기 할때 이후로 미술관람은 처음 인거 같다.
사실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책 한권을 읽고 덮으면서 무슨 내용인지를 잘 몰라도,
클래식 공연을 보다 잠들어 박수칠때 일어났어도, 가슴 뿌듯하게 문화에 대한 허영이 채워지듯이
그냥 그리 쓱 보고 다니는거다.
11시가 도슨트(관람객의 그림 이해를 돕는 설명가)투어 시간이라며 방송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호사다. 그림에 설명까지.
집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던 중
'옥정호 구절초 테마 공원'
차를 꺽어 공원으로 들어섰다.
꽃은 9월경에 핀다하니 꽃 구경은 아니고 소나무 숲 산림욕이 좋다.
상당히 넓은곳을 소나무밭에 잡초하나없이 구절초가 빽빽하다.(9월에 꼭 다시 와야지)
주차장엔 사람들이 제법있었지만 4시간을 넘게 있어도
산림욕장엔 두사람이 지나간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타고 전해지는 이 내음이 익숙한 더덕향 같긴 한데
아무리 봐도 더덕은 안보이고 구절초향 이라 우겨본다.
꼬불꼬불 국도를 돌아 우리동네 목욕탕이다.
2박3일동안 밥은 5끼 정도 그것도 부실하게 먹은거 같은데
몸무게는 1키로가 늘엇다.
요즘 일이 힘에 부치긴 했었나 보다.
자신을 쓰다듬고 보담아 주고 싶거든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싶거든
낯선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시길...
어떤 장소에 추억이나 기억이 스며든다면
그건 이미 혼자가 아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이유로 나 아닌 상대에게
끊임없는 배려와 희생을 요구한다.
한번쯤은 상대와 보조를 맞추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지 않아도 되고,
짜여진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머리를 텅 비우고 지금 내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사랑해 보시길...
나는 소중하니까
Bravo my life~!!
---The end---
인정을 못받고 호프집에 걸리면 싸구려 야화이고, 인정을 받고 미술관에 걸리면 예술이다.
제목은 '달콤함'
초기 작품은 이렇게 어둡지 않았으나 IMF을 맞아 테마가 터널로 잡혔다 한다.
터널이 꼭 힘들고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내하고 걸어가면 반드시 빛이 드는 출구가 있고
예쁜꽃이나 위로가 되는 나무그늘은 없지만
산을 넘지 않고 바로 가로지를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터널은 지름길이다.
안내 도우미 분이 한컷....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