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휴식2
아침이 늦었다.
늦잠은 아니었는데 꼼지락 대다보니 11시가 다 되어 숙소를 나왔다.
내소사 매표소앞에서 상황을 살핀다.
가로수길이 바로 있는지 아니면 한참을 가야 있는지.
(많이 걸어가야 되는 길이면 안갈 생각으로)
다행히 매표소 지나 바로 쭉쭉 뻣은 나무들이 멋지게 길을 만들었다.
길은 눈을 치우지 않아 두껍게 눈이 쌓였다.
눈 때문이기도 하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불경소리를 듣느라 천천히 걸었다.
..
너의 미래가 궁굼하거든 오늘 너 행동을 보라.
너가 오늘 행하는 행동속에 너의 미래가 있다.
...
고독을 두려워 말아라. 고독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썩을 몸을 씻기 위해서도 몸을 가리는데 하물며 영혼을 씻는 일이랴..
...
집착과 욕심을 버리고 의젖하게 나아가라.
....
유혹을 조심하라. 3일이면 시들 장미를 꺽기위해
영원한 상처를 가지고 살아 갈 수도 있다.
...
점심시간이 지났다.
오는길에 봐두었던 바닷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동네는 팬션은 많아도 카페나 레스토랑은 거의 없다.
혼자 식당을 차지하고 느긋하게 늦은 점심을 하고 커피까지 바다와 함께 마셨다.
그리고 차를 돌려 휘목 미술관으로 향했다.
팬션겸 카페겸 미술관겸..
팬션이 있고 그 아래 그림들과 조각들이 전시된 카페가 있고
그옆에 미술전시실이 있다.
카페에는 팬션에 묵을 손님들인지 남자들이 북적이면서 흘낏거린다.
흡사 여자들 계모임같다. ( 남자들도 저리 다니는 구나.....)
방금 커피를 마신터라 그냥 그림(작은 소품)을 구경하고 미술관으로 가려는데
문이 잠겼다. 카페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란다.
결국 커피값 대신이라 생각하고 3,000원을 지불하고
카페와 통하는 문으로 전시실로 들어 갔다.
유명하지 않은곳이 좋은건 한적하다는 거다.
우주처럼 정말 진공상태에 들어 온것 처럼 조용하다. 전시실도 나 혼자 차지다.
그리고 작은 잔잔한 음악이 들린다. 오랫만이다.
싸이먼&가펑클 " Bridge Over Troubled Water"
사춘기때 짧은 영어실력으로 한글로 토달아 가며 불러 대던 노래
.....당신이 지치고 힘들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서 당신을 지켜주겠노라고 ....
그렇게 나를 지켜줄 사람을 꿈꾸며 그런 사랑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노래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랑은 둘이서 같이 어깨를 맞대어 만들어 가는거다.
한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얻어지는 것은 진정한 사랑은 아닐거다.
일방적으로 나만 지켜주는게 아니라 서로가 팔을 맞잡고 다리를 만들어서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것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그래서 한쪽이 힘이 빠지면 한쪽이 힘을 보태주고
한쪽이 길을 잃으면 한쪽이 길을 잡고....
지금은 내가 힘을 보탤 시기인가 보다. 내가 방향을 잡을 시기인가 보다.
단지 그 시기가 된것 뿐이다.
가슴으로 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더니 눈가를 돌고
그리고 내 심장의 무거운짐을 씻었다.
크지 않은 미술관이라 몇점 안되는 그림에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니
3,000원 값어치를 했는지 못했는지 알수는 없지만
오늘 들은 노래 한곡은 3,000원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문자가 왔다. 0000000 이건 시청에서 날라온 거다.
서류 보내 달란다.. 안그래도 내려갈려고 했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