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둘째날
첫날밤,
새벽잠을 깨고 움직인탓에 정신없이 골아 떨어질것 같았지만
낯선곳에서의 잠자리는 숙면이 힘들다.
밤새 돌아다니는 트라이시클 소리는 폭주족 수준이고
건물에서 나는 알수 없는 소음에다가 이곳 닭은 새벽을 밝히는게 아니라
밤새 통곡을 해댄다.
일출은 볼 수 없어도 일출때 음이온이 많이 발생한다며
아침 산책을 권하는 가이드의 말에 해변으로 나갔다.
가게들은 문 열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고, 뛰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갯지렁이을 잡으려고 모래밭을 꼬챙이로 찌르고 다니는 원주민들.
그중에 우리도 한가롭게 거닐며 보라카이 아침해변 그림에 동참했다.
차갑지 않게 살랑거리는 보라카이 해변의 아침바람은 상큼하고 행복했다.
원래 아침은 간단히 과일이나 요플레 정도로 끝내지만 이곳 음식이 궁굼했다.
식당에는 젖병을 문 아기에서부터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까지 계신다.
젖병물때야 어차피 부모덕 없어 못해봤고
휠체어탈때야 자식덕에 가야할건데 그럴맘은 없고
열심히 움직여서 휠체어 타기 전까지만 다녀야지.
많이 먹진 않지만 난 가리는게 없고 특별히 싫은 음식이 없다.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보는데 그런대로 먹을만 하다.
아쉬운건 열대지방이라 과일이 많고 맛있을줄 알았는데
지금이 겨울이라 과일이 없을 때란다. 망고만 실컷 먹었다.
패키지는 4개정도만 신청했더니 자유시간이 많다.
오늘 오전엔 자유시간인데 이제 할 일이 없다.
해변에 외국인들은 썬텐을 하느라 모래밭에 누워있고
물속에서는 왁자지껄 신나게들 놀고 있지만
놀아본 사람이 잘 노는법이니 안해본짓인데다가
더운날씨도 아니고 물에 들어갈 생각이 영 없다.
한바퀴를 돌고 숙소로 들어가 들고간 책하고 딩굴었다.
오후엔 짚차(말로만 차다)를 타고 섬을 한바퀴도는 코스가 있고
무동력선으로 바다를 나갔다 들어오는 세일링 보트가 있다.
세일링 보트는 해질때 노을을 보며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 날씨가 심상치 않아 점심후 바로 해야한단다.
칼처럼 뾰족한 배의 양날개에 해먹같은 그물을 만들어 사람이 앉는다.
그리고 바람맞은 돛에 배가 미끌어지는데 상당히 빠르다.
다리를 내려 걸터 앉으니 바다위를 미끄러지는듯 하다.
일몰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
짚차를 타고 (직접운전) 섬 구경을 나섰다.
이효리가 망고 광고를 찍었다는 쿠푸해변과, 섬을 한눈에 보는 전망대,
그리고 한국사람이 운영한다는 동물원 등을 돈다.
쿠푸해변의 깨끗함도 좋고, 전망대의 시원한 조망도 좋고,
동물원의 식물들도 좋지만(동물보다 나무들이 더 볼만하다)
길을 지나가면서 보이는 섬사람들의 생활이나 거리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가게라는곳은 어렸을적 할머니댁 마을 입구에 있던 구멍가게 가 연상되고
물건들은 쉴새없이 다니는 차(거의 오토바이)들로 먼지가 뿌였다.
두시간정도를 돌고 차에서 내리니 흡싸 진동 안마기에서 내리는거 같다.
둘째날이라 적응도 했고 오후의 스케줄로 피곤해서인지 잠들기가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