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넷째날
해변 상가쪽은 많이 다녀서 길 건너 동네로 들어갔다.
학교앞에는 정복을 입지 않았을뿐 우리나라 처럼
수위아저씨가 교문을 잠그고 지키고 있었으며
복사물을 든 여학생3명(여학생들은 꼭 혼자 다니지 않는다)이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봐달라고 발을 구르고 있다.
어디든 사람사는 모습은 같은 모양이다.
골목길로 들어가니 간간히 보이는 작은 나무집에는
그릇 몇가지와 빨래들이 널려있다.
저정도의 살림으로도 살아가는데는 문제가 없다는거다.
반대편 해변에서는 서양인들이 윈드써프가 한창이다.
숨겨진 별천지 같이 수많은 낙하산들이 날아 다닌다.
보드에 낙하산같은걸 달아 바람을 이용해 미끄러지고 점프도 하고 공중회전도 한다.
우리처럼 여행사 직원에게 이곳저곳 끌려다니지 않고
해변을 제대로 즐기는 것 같아 휴가문화의 우월함이 보인다.
여기선 1900년대와 2000년대가 같이 있다.
리어카 한대 들어갈 정도의 좁은 길을 먼지 날리며 가다보면
깨끗하고 큰 식당이 느닷없이 나타나기도 하고
수영장에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리조트 건물 바로 앞에는
나무문에 계단은 간간히 이가 빠져있고
가리개는 헝겊으로 대충 둘러놓은 상가가 있다.
오후엔 라바스톤 맛사지가 있다. 마지막날 이라 피로 풀으라고 잡아놓은 모양이다.
건물안에만 들어가면 건물밖의 먼지나고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골목과는 다르게
정갈한 정원과 깔끔한 필리핀복장의 여자들이
한옥마루앞에 두손을 모으고 대기하고 있다.
필리핀 여자 맛사지사가 전신을 2시간정도 아로마 오일과 따끈한 돌로 맛사지 한다.
이 맛사지비용이 이곳 서민들 한달 월급보다 많다는 사실에
괜스레 맘이 오그라드는 것이 타고난 공주체질은 아니다.
저녁을 먹고 깔리보로 이동했다.
1시20분 비행기여서 공항에서 2시간여를 기다리는데
흡사 구정 귀성길 버스터미널 풍경이다.
공항의자는 물론 플라스틱 간이의자도 모자라 쟁탈이 벌어질 정도다.
게이트도 별달리 없고 2개의 문이 있고 공항직원이
'부산' '인천'을 외치면 가서 줄을 서면 된다.
여기서 발맛사지 가게 열면 잘되겠다 싶었는데.
어디선가 "맘 맛사지"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한발 늦었다.
화장실 앞에 커튼을 두르고 빽빽히 비치의자놓고 맛사지가 한창이다.
아쉽다 좀 일찍 알았으면 돈좀 들이고 편히 기다릴건데
깔리보항에서 기다리는 2시간이(그것도 한밤중 이었으니)
지금까지의 피로를 몽땅 몰고 온다.
시각이 1시가 넘었으니 비행기를 타자 바로 잠이 들어 6시경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쌀쌀한 바람과 메마른 공기가 밤을 새워 이동한 피곤한 내 몸을 휘감더니
감기를 안겨줬다. 현지에서는 멀쩡하던 배도 슬슬 아프기 시작한다.
놀때는 절대 안아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