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서

여수 엑스포-1

고운성 2012. 7. 19. 10:28

여수에서 엑스포가 개최되어 센터아이들과 일로서 방문하고 

서울서 아이들이 와서 애들때문에 한번 갔었지만

이리저리 복잡한 일들을 정리하고 나니 엑스포를 제대로 한번 즐겨 보고 싶었다.

입장료도 많이 내려서 야간권이 만원이란다.  

여수살면서 전기간권을 가지고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야간권으로 한 열흘정도 다닐까 했더니, 

차라리 반기간권으로 예약을 하고 다니는게 나을거라는 조언을 한다.

십만원으로 반기간권을 끊고 엑스포 입성,

센터 아이들과 왔을때나, 식구들과 왔을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느긋하고 오늘 못 보면 내일 봐도 되고, 훨씬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장마기간인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많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이 절반 이상인 것 같다.

먼저 국제관 으로 갔다. 두세번은 왔어도 아직도 못 들러본 곳이 많다.

뭐 구경할게 없나 하고 둘러 볼때는 별 볼게 없지만 

이나라는 어떤나라이고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을까 하면서 

그나라에 대해 알려고 들면 훨씬 많은 것들이 보인다.

 

일단 줄이 없는 곳으로 입장, 필리핀관으로 들어갔다.  

변변한 영상하나 없이 정말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돌아볼것도 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관에 바닥에 원이 몇개 있고 모래가 담겨져 있다.

거기에 쓰여있는 보라카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2년 전 쯤 우리부부가 힘들었을때 회복을 위해 떠났던 곳 보라카이,

거기서 보았던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가 지금 내앞에 와있다. 

모래를 한 참동안 만지작 거리다 나왔다. 

특별하게 눈으로 보이는건 없었지만 가슴은 많은 영상과 생각을 간직하고 필리핀관을 나왔다.

아마도 필리핀을 많이 찾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서 

필리핀은 이런 컨셉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외국을 마음대로 나다닐 형편도 아니니 음식체험까지 하면 제대로 여행기분이 날거 같아 

식사는 세계관에서 하기로 하고 러시아 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훈제연어와 팬케잌, 먹을만은 했는데 양이 너무 적다.  일단 통과,

이탈리아관을 지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써빙하는 외국인도 있고 가격도 어느정도 되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겠거니 하고

익숙한 재료가 (토마토,모짜렐라치즈) 들어가 있는 맨위 메뉴를 손가락으로 주문했다.

이탈리아 사람들도 우리나라에 오니 성격이 급해진 모양이다.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왔다갔다 분주하고  심지어 포크와 나이프를 

레스토랑격에 맞지 않게 집어 던지면서 정리를 하고 있다.

어느나라 사람이든 상황에 적응하기 마련인가 보다.

음식이름은 도저히 기억할 수가 없고(아니 읽을 수가 없었다), 

내 식사가 도착했는데. 난 먹기도 전에 허기가 졌다.  

주먹만도 못한 토마토를 잘라서 

그사이에 토마토보다 작은 모짜렐라 치즈를 서너조각 끼워서 쏘스를 뿌렸다.

맛은 먹을만 했는데 역시나 허기진다. 점심으로 두끼를 먹었지만 

난 허기가 져서 집에서 싸온 모시떡과 옥수수를 꺼냈다.

아마도 밥을 저정도 먹었으면 배가 불렀을 것이다. 

솔직히 내 배가 그리 큰편은 아니다. 

(사람들은 보기보다 많이 먹는다고는 하지만....)

언뜻보기에도 칼로리는 충분히 섭취를 했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고 먹던걸 안먹어 그런가 보다.

국제관에서 얼쩡거리는건 아르핸티나의 탱고를 보고 싶어서 이다.

여기 역시 크게 볼거리는 없었다. 앞뒤에 스크린 정도, 그리고 무대,

공연을 기다리는데 스크린이 쉴새 없이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무료하니 스크린을 읽는다. 

영국의 아르핸티나 침공과, 지금도 영국과 무력은 아니지만 주권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탱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탱고가 원래 사랑을 표현하는 춤이다 보니 좀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생음악으로 연주되는 기타와 작은 아코디언같은 악기의 음악도 

충분히 이국적이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자기들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쉼없이 자막으로 올리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이 남의일 같지 않은것은....

다음방문때 다시 한번 더 와보고 싶은 곳이다.

 

같이 동행하던 여수 친구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면서 숙제를 남겨 두었다.

빌 비올라관을 몇번 봤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면서 꼭 한번 보란다.

크게 걸린 홍보물에 현대미술관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요즘엔 웬만한 도시에선 미술관이 꼭 있다. 

난 될 수 있으면 미술관을 방문하려고 노력한다.

시골에 사는것에 대해서 억울한것도 없고, 촌구석에서 산다는 자격지심이 있는것도 아니건만.

문화에 대한 허기가 허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뭔지도 모를 그림을 훑어 보고 다니고, 졸다가 박수소리에 일어나는 클래식 공연을 다닌다, 

그래도 문화에 대한 허기가 채워진듯해서 난 그 허영을 즐긴다.

그래서 난 현대미술관에서 협찬했다는 문구에 일단 보석을 발견한 듯 들어갔다.

다른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줄도 없고, 감각적인 영상도 없고, 바쁘지도 않고, 

잠시 모든것이 멈췄다.

작품설명을 보고 들어 갔으나 쉽게 이해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꼭 이해할 필요도 없다.

다른곳과는 다르게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몇명 안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기 보다는 

피곤한 몸을 의자에 팽개치듯 부리고 있다.

커다란 영상이 시작되었다.  영상은 진행되고 있었지만 화면에는 변화가 없다.  '영상그림'

5분쯤 지났을까 서서히 지루하리만치 느리게 변화가 일어난다. 

숨은그림 찾기 하는것 처럼 어딘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루함이 예술이고(나에게는) 그 예술은 쉽게 다가와지지 않는것이라서,

난 허영을 채우기 위해 참고 기다렸다.(여기서 나간다는건 내가 지는거다)

지금까지 체험과는 전혀 다른 감상이었다.

빠르고 정신없었던 영상과 많은 사람들,시끄러움, 이런것들에서 '잠시멈춤'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른곳의 영상들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불길을 지고있는 여인과 물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남자의 영상은 뚜렷이 남아있다.

전시관에서 한 그림을 이렇게 오래동안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영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겟다.

지금도 뚜렷하게 그 영상이 떠올려 진다는건 빌 비올라의 승리를 의미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