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구비구봉산
편안한 산이라면 눈오고 바람불면 더 좋겟지만
구봉산은 상당한 악산이라 들은바있어 많이 망설였다.
한군데만 조심하면 할만할거라는 회장님말에 일단 베낭을 꾸리고 차를 탔다.
여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아 일단 안심.
초입에 들어서는데 이정표가 9봉이 2.2키로란다 그럼 거꾸로?
초반부터 상당히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데
긴장한 탓인지 힘든줄 모르고 바위능선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바위가 보이고 로프들이 늘어져있다.
분신처럼 들고다니던 스틱을 접고 로프를 타는데
오호~~ 그런데로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고
그런데 이게 웬일
갑자기 로프만 있고 길이없다.
경사는 또 어찌나 심한지 길이 바로 코앞이다.
오늘의 절정 1.2봉 가는 계곡 (회장님이 조심해야한다는 한곳인가보다)
경치는 장관이었다 1미터가 넘는 수십개의 고드름.
폭포가 그래로 얼어븥듯 늘어져있는 얼음줄기에선 연신 물방울이 떨어지고
문제는 이걸보고 그냥 지나가면 좋으련만 얼음계곡을 타고 올라가야한다.
그냥 항복하고 엎드려서 엉금엉금기었다.
지금까지 산을 다니면서 "하늘아래뫼이로다. 오르고 또오르면...."
하면서 다녔는데 오늘은 아니다.
산이 나를 내치지않기를 바라면서 정말로 산을 달래가며 얼음계곡을 올랐다.
집행부의 거꾸로산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여길 내려가긴 도저히 못할거 같다.
무사히 아홉봉오리를 정복하고 점심을 먹고 편한맘으로
여수서 오셨다는분과 하산길에 올랐다.
요즘산이 위험하다드니
땅이 얼었다 녹었다 하면서 길 가장자리가 바람든 무우처럼 푸석하다.
결국엔
갑자기 캄캄해지드니 몸이 한바퀴구른다.
이쯤에서 멈춰야 애교로 봐주는데
어라? 한바퀴 더 구른다.
이렇게 가속도가 붙으면?? 순간 겁이 나는데 용케 나무가지에 걸렸고
그새 여수에서 오신분이 손을 내밀었다.
어려운길 다내려오고 이게 웬일...
다행히 낙옆이 부숙해서 멍자국도없다(온천에서 확인했음ㅋㅋ)
오늘산은 특이했다.
산을다니는 사람으로 산에게 어떤 통과의례를 치룬 기분이다.
물좋은 죽림온천에서 목욕하고 나오는데
부침개에 동동주가 만련되어있다.
오늘은 개별산행이라 하산주는 없어도 되는거였는데...
계산적이지 않는 좋은산악회가 좋다.
0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