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일림산

고운성 2005. 7. 18. 05:24

일림산산행은 처음부터 삐긋거렸다.

일이 세군데가 겹쳤는데 하나하나 털어내고

일림산으로 가기로했다.

 

전날 컨디션조절을 못해서 시작이 힘들긴했지만

그런대로 제 페이스를 찾아가면서 일림산정상으로 올랐다.

작년에 비해 꽃이 풍성하게 피었다.

꽃구름속을 걸으며 꽃에취해서  이리저리 걷다보니 일림산정상까지왔다.

거기까진 좋았다.

정상은 온통 사람들로 북새통이었고 거기서 밥을 먹긴힘들것같았다.

아무생각없이 베낭에 달린 조은산악회이름표를 보고 졸래졸래 따라갔다.

여기서 부터 언제 사람들이 사라졌는지 필름끊긴것 처럼 기억이없다.

 

좀있으니 반가운얼굴들이 보인다

우리들은 (네명) 밥먹을곳을 찾으면서 한참을 걸었는데

밥먹을곳이란 회원들이 어딘가서 자리를 잡았을거란생각...

한참을가다 골치재까지 들어섰다.

우리의 골치아픈행군이 시작된것이다.

아무리봐도 산속이 썰렁하니 이상하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전화를 해보니 정상에서 점심중이란다.

뭐야! 그럼 우리가 선두야??

 

적당한장소(사실은 양쪽으로 물이흐르는 무지좋은곳이였음)에서

점심을 하고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천관산님의 쌀서리 보리서리하던 6.70년도 흑백필름을 한참을 돌리고 있는데

(아시는분은 아시겟지만 천관산님은 지금봐도 개구지게 생기셨다)

동호인들 6명과 부부한쌍이 지나간다.

아무리기다려도 무전기들고 나타나는 사람은 없다.

너무쉬었다싶어 서서히 출발하는데 맞은편에서 낯익은 순천명성산악회회원들이 보인다.

우리앞에서 만난사람은 거의 없었단다.

다시 전화를 했다.

곰재를 넘었단다.

 

그때 부터 산행은 중노동으로 변했다.

도란도란 흥얼거리며 "서편제"로 가던산행이

갑자기"태극기 휘날리며"로 변했다.

질주하기 시작했고

앞사람도 안보이고 뒷사람도 안보이게

그렇게 전투적으로 사자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산아래 상황을 미뤄짐작할수 있었기에...

 

사자산정상에 도착하니 우리앞에가던 동호인들이 어딘가를 헤매다가

우리를 기다리고있었다.

군중심리일까 우리는 맘이 좀 편해졌다.

어떻게 내려온지도 모르게 주차장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산악회차들이 보이고 하산주들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를 반기는 데는 한군데도 없다.

반대편 주차장으로 내려왔단다.

금상첨화면 좋으련만 엎친데덮쳤다.

 

주차장에 있던 산악회차들이 한나둘 나가는데

우리는 패잔병처럼 바람을 피해 차사이에끼어 서서

춥고 배고팠다.

지난주 꾀부리고 덜한 산행숙제를 오늘 곱절로 했다.

 

이자리를 빌어 모두에게 죄송한맘 전합니다.

 

 

 

*산에잘다녀왔냐고 친구가 묻길래 사고친얘기했드니

그러고도 안짤렸냐고 묻든데요

회장님 자숙하고 2주간 근신들어갑니다~~~~~~

 

 

05.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