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덕유산에서 선녀놀이

고운성 2005. 7. 18. 05:29
 

덕유산이란 유명세 때문에 월요일에 모든 예약이 끝났었지만

취소와 예약을 거듭하면서 출발은 정원에서 한명많은 46명으로 출발했다.

아직 예약이란게 확실히 정착된건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이리저리 열심히 자리를 잡아가는거 같다.

 

차엔에 비디오에선 나훈아가 한창 열창중이다.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노래지만

그때 그리 유치하던 노래가 지금은 구수하고 가슴을 울린다.

아마도 내가 나이가 먹었다는 것이리라. 

봄 유원지에서 옷고름 풀어헤치고

질펀하게 놀아대는 아줌마들의 딸이라는게 부끄러울때도 있었지만

지금 그 아줌마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것은

내가 지금 그 아줌마가 되어있기 때문이리라....

 

양악리에서 입산을 시작 삿갓봉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데

명산은 골이 깊어좋다.

나무그늘사이로 계곡을 따라 걷는길이 바람 한점 없어도

산아래 에어콘속보다 좋다.

땀으로 옷적시기는 여름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꽃 흐드러진 봄도 아니고 단풍이 황홀하게 하는 가을산도 아니고

30도가 넘는 기온속에서 산행을 결정한 사람들은

당연히 산에 정신없이 빠진사람들이고 산좀 탄다는 사람들인지라 산행속도가 빠르다.

항시 몇 명씩 생기던 후미가 없이 우리가 계속 후미다.

 

삿갓봉을 바라보면서 점심을 하고 정상을향해 걷기시작

뽀족하게 생긴 봉우리가 삿갓봉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모든 봉우리가 삿갓이다.

정상 삿갓봉비석앞에서

회장님의 특기인 인물만 바꿔가며 사진찍는 기념사진들을 한 장씩찍고 하산..

 

내려오는 길에 

어떤이유로 정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여탕은 위쪽 남탕은 아래쪽으로 우리는 선녀놀이를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지나가는 나뭇꾼은없다.

하긴 요즘엔 따져보지도 않고

그냥 옷한벌로 여자를 고르는 바보나뭇꾼도 없고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선녀도 없다.

한번의 스파크에 목슴을 걸것처럼 달려들지만 이내 꺼지고

운명은 개척하는것이라며 용감하게도  뒤집어보고 흐트려보고 깨고 부순다.

사랑은 그 스파크가 아니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써서 만들어 진다는거...

그걸 아는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각보다 하산길은 짧다.

수고한 손길들에게 감사하고 시원한 콩국수 한그릇씩하고는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05.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