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일림산
굵은 빗방울을 품은 천둥과 함께 일림산으로 향합니다.
천둥소리에 놀랬는지 예약했던 많은님들이 산행을 포기했습니다.
비에 젖은 산에 안기는거보다 지짐과함께 편안안 방안에 안기고 싶었나봅니다.
강진에 도착할때쯤 비는 그쳐있었고 올봄 유난히 심했던황사먼지가 말끔히 씻겼습니다.
한치재에서 철쭉을 맞으러 일림산을 향하는데
따끈한 호빵에서 김올라가듯 산위로 안개들이 너울거리고
땅은 촉촉하고 푹신하고 바람은 상쾌하고 2주만의 산행이라 더 즐겁습니다.
길이 좋고 그다지 높지 않은산이라 오래되지 않아 일림산에 도착했습니다.
철쭉은 아직 때가 아니랍니다.
우리가 때를 따라 가야하는데 우리에게 때를 맞추라 하니 철쭉은 코웃음칩니다.
봉긋봉긋한 꽃망울속에 담겨진 꽃을 아쉬워하며 걷는데
덜핀꽃이 지는꽃보다 더 이쁘다고 가을산이 위로를 합니다.
조금은 위로가 되긴하지만 그래도 아쉬운마음에 궁시렁거렸더니
산신령이 노했나봅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엎친데 덮쳤습니다.
작년 길을 잘 못 들어 골치아팠던 골치재에 들어섰습니다.
올해는 영원한 후미대장 이글이를 졸졸 따라 다녀서
다행히 골치아플 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일림산은 탈출로가 많아 좋다고 하는데 그대신 길을 잃을일도 많습니다.
앞서가던 님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납니다.
뭐든 많다고 다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점심후 화장실을 찾던 우리는 고사리를 찾았습니다.
후미 셋은 사자산을 포기하고 고사리를 꺽기로 했습니다.
다니기 좋은길에 있는 고사리는 누군가가 벌써 꺽어가고 밑둥만 남았습니다.
철쭉을 헤집고 가시를 헤집고 남들보다 더 가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카라는 보인다는데 제눈엔 안보입니다.
"없다 가자~~~" 외치는 제 발옆에서 카라는 고사리를 꺽습니다.ㅠㅠㅠㅠ
카라손엔 한움큼인데 제손엔 두세개 한들거립니다.
같이 노력하는데 왜 난 안될까 억울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카라는 몇번 꺽어본 모양입니다.
왜 난 안될까 하기전에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 먼저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자산을 앞에두고 자연 휴양림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비에젖은 나무는 진하다 못해 검은색이고
연한잎들은 더욱더 싱그럽고 야광처럼빛납니다.
길이 너무 좋습니다.
높은산에만 눈이 가고 정상조망만을 찾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길이 좋아졌습니다.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보다 길을 걸으면서 산속에 안기는게 더 좋습니다.
오늘도 산길을 걸으면서 내가 산을 알았다는게 대견합니다.
06. 04. 29 고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