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대신 난 이리했습니다.
요즘들어 신랑이 나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한건지
다른땐 쉬는날 산에 가는걸 그려려니 하더니만
요즘엔 아예 자기하고 놀아야 된단다.
관심을 준다는건 내 착각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만 나면 베드민턴채를 들고 나가던짓을
요즘 못하게되어 심심했던 모양이셔...
아침에 식구대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나서 봉강으로 다슬기를 잡으로 가잔다.
나야 좋지.
온통 집안을 뒤집어 놓고 대청소 하잔소리만 안해도 좋지..
신발장 높은곳에 있는 물에서 신는 슬리퍼를 의자놓고 꺼내고
몇년전에 사다 넣어두었던 숯불구이통 챙기고
오리고기 넉넉히 사고
밭에서 뜯어다 놓은 상치.깻잎 챙기고
엊그제 추월산에서 따온 산초잎까지 챙기니
오늘 점심은 배부르기보다 재미있것다.
그랬는데~~
갑자기 신랑표정이 "그럼 나 안간다" 하는 표정이다.
귀찮게 왜그리 번잡스럽게 하냐고..
덩달아 옆에있던 딸이 낮에는 저도 약속있고 저녁에 먹잔다.
그럼 일단 오리구이는 저녁으로 보류하고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봉강계곡으로 출발..
다슬기를 푹 고아먹으면 간에 좋다며
수술후 약을 많이 드시는 시어머니 고아드린다고
우리는 갸륵한 정성으로 다슬기를 줍는데 아무리 봐도 잘 안보인다.
돌을 들추면 간간히 하나씩 붙어있는 다슬기를 줏어넣고
하나넣고 봉지한번 보고 하나넣고 봉지한번 보고 이러다 언제 내려가냐...
늦게 온터라 그새 시간은 12시가 다되고 머리위에 땡볕이 우리의 효심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일단 철수하고 해가 어느정도 숙여지면 다시하자 하곤
마침 5일시장이 서 장구경을 갔다.
장에 들어서자 마자 뻥튀기 기계가 요란하게 뻥뻥~!! 거리며 우리를 맞았다.
실로 오랫만에 5일시장을 와본다. 역시 활기넘치고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1차관문 시장앞 신발가게 " 나 슬리퍼 사야되"
아예 신발 한짝을 벗어두고 이것 저것 신어보고
"이뻐? 이게더 나아? 이건 어때?"
신랑은 아예 주인아저씨 의자에 앉아버렸다. 그리곤 한마디
"가게에 있는거 다 신거볼거야? 여기 신발 다 이뻐 맞으면 신어"
더 이상 물어볼수가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아는사람들 만나 눈인사도 건내고
시골아주머니의 다슬기 다라이 앞에 멈춰섯다.
" 이거 얼마에요?"
"5,000원만 줘"
저정도면 둘이서 하루종일 잡아도 못잡을 양이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필요없이 눈빛으로 의기투합했다.
"주세요"
장을 나서는데 뻥~~!!! 하며 우릴 배웅해주는 뻥튀기기계.
고개를 돌려보니 분명 뻥튀기기계위에 서있는 여자는
예전에 수영장에서 만났던 그 아줌마인데 아니겟지..
혹시 그렇더라도 내가 알아보는게 싫을수도 있을거라 외면하는데
그 아줌마 먼저 아는체한다." 오랫만이네요" " 아.. 예..."
그 아줌마의 아름다운 당당함 앞에 교만한 내마음이 부끄러웠다.
점심으로는 시원한 콩국수를 남의손을 빌려 해결하고 늘어지게 한숨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