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이 만들어 졌는데 비소식이 있다.
저녁부터 망설여졌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들기 시작했다.
산행은 강행 하겠다는 공지가 나왔다.
일단 나섰다.
산악회를 따라 가면 좋은것 중의 하나가 쉽게 포기 하지 않는 거다.(타의에 의해서)
개별산행으로 갔다면 시작부터 주룩주룩 내리는 산길을 올라가지 않았을 거다.
모든코스는 취소하고 남원 운봉에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3시간 코스가 잡혔다.
비오는날 우산쓰고 베낭메는거 참 뻘쭘한 일이지만
산에 와보면 뻘쭘거리는 사람들 무지하게 많다.
허브축제장 주차장에서 바래봉 과 팔랑치 삼거리까지 임도에는 우산들이 꽉찼다.
올라가는길 철쭉들은 다 졌고 사람구경이 더 할만 하다.
살상가상,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우산이 짐이 되어 가고 있다.
금상첨화는 지켜야 할게 많고 지키기 위해 걱정과 불안이 있지만
설상가상은 아쉬운게 없고 더 무서울게 없어서 훨씬더 용감해지고 오기가 생긴다.
설상가상을 넘어서기 위해서 발은 무거운줄 모르고 바빠졌고
숨이 차는건 후려치는 비바람에 비할바가 아니다.
물론 여기서 돌아서는 선택도 나에게는 있다.
그렇지만 그 선택은 저 위의 환상을 내것으로 할 수가 없다.
한동안 산이 무서워 지리산은 피해왔다.
망설인것도 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리산이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지리산이다....
아직도 여린맛이 있는 나뭇잎들과 깨끗한 산, 한창인 철쭉,
가끔씩 바람이 비껴나 주면 그 포근함이 얼마나 좋든지...
망설였던게 좀 미안하다.
팔랑치에서 다시 바래봉으로 가는 무모한짓은 안하기로 하고 우리는 운봉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접어들었다.
돌아가는 길이 다 나쁜건 아니고 지름길 이라고 다 좋은건 아니다.
빗길에 경사가 급해 얼마나 미끄럽든지 겨울날 빙판을 걷는것 처럼 살걸음을 걸어 내려왔다.
다 내려와 나비언니랑 신발도 대충 정리하고 수다떨면서 아무생각없이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한참을 멀리 돌게 생겼다.
나 역시나 눈에 보이는 길이 길 이겠거니 하고 무조건 앞으로만 가는 직순이 인데
나비언니도 거기서 거기다. (내려오는 길에 회장님이 먼저간 나비 찾느라 종일 불러대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감각과 용감함이 있었다.
길을 잡아 남의집 논을 몇마지기 지나고, 벼가 안 심어진 곳은 아예 논을 가로질러서
어찌어찌 가고 있는데 회장님 일행과 만났다.
이리도 반가울 수가~~~~
아래 주차장은 바람은 타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가 추적거리는데
허브축제장 사람들과 산행하는 사람들로 북적 거린다.
이제 비오는날 집에서 부침개 부치던 시대는 갔다.
내 여가를 위해 우의쯤은 날개인양 둘러쓰는 용감한 시대가 오리니....
20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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