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홀로 아리랑-늦가을 송광사

고운성 2008. 11. 13. 22:05

한적한 가을길을 가고 싶었다.

수능으로 딸은 아직도 자고 있고 신랑은 감독한다면서 아침도 안하고 일찍 나갔다.

나도 나섰다.   

신랑이 먹다 남은 빵조각과 감 몇알을 집어 넣고 송광사로 향했다.

송광사는 벗꽃이 질 무렵이면 항시 혼자 한번씩 들려오는 곳이다.

"아저씨 차 돌려서 나갈께요"

내가 항시 주차매표소 앞에서 하는소리다.

 

오늘은 얌전히 주차비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했다.

내가 그리던 그림이다.

벌써 가을은 거의 지나갔다.

지난 여름에 눈여겨 봐두었던 단풍나무를 찾아보려했지만

미안하다.... 너무 늦었다.....

 

12시 까지만 주차장까지 오면 된다.

천자암과 선암사 쪽 입구를 왔다 갔다 하고선

5-6년전 친구랑 들렀던 송광사 입구 작은 암자가 생각났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따라서 걷다가 암자를 만나

스님에게 정갈한 녹차 한잔과 좋은 얘기 나눈것이 생각났다.

송광사 길은 스님들이 어찌나 빗자루질을 잘 했든지 낙옆을 볼 수 가 없는데

암자로 향하는 길 입구는 여전히 낙엽이 수북하다.

올라가면서 들리는 기계톱 소리가 좀 거슬렸지만 그때 기억들을 더듬으며 올랐다.

변했다.

큼지막한 절 건물이 지어졌고 옆산은 버섯재배하느라  연신 통나무를 쌓고 자르고 있었다.

절앞터는 남새밭으로 상치. 고추. 배추. 없는게 없다.

그리고 깊이 있게 차를 전하던 스님은 어디가고

남새밭에서 젊은 스님이 어떤 반만 승복을 입은 여인내랑

상치를 따면서 나누는 웃음소리가 산을 울린다.

그래... 나도 변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국도로 접어들었다.

선암사는 지나쳐야 했었는데 ....

선암사를 갔었어도 다시 그길을 나왔어야 했다.

중간에 상사호 표지판도 보이는것 같고

보니 상사호 처럼도 생겼다.(이렇게 클까 싶기도 했지만)

선암사나오는길에 우회전을 해버렸다.

나는 그 호수를 돌면 상사댐이 나올줄 알았다.

한참가는데 비석이보인다. "남강비"

남강?? 상사호가 아니고??

어쨋거나 이길에서는 돌아가지도 않는 카니발이다.

그야말로 못먹어도 고~다.

이정표는 벌교 낙안민속촌이 보인다.

가는길은 좋다.  한적하고 가을빛이 넉넉하고 ...

 

아리 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에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혼자 휘영~휘영~ 아리랑 거리며 돌다 보니

순천 이정표가 보이고 상사호가 나오긴 나온다.

 

이렇게 해서 올 가을은 보내자.

 

올 가을은 유난히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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