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서

운 좋은 녀석

고운성 2008. 12. 16. 12:54

부모 닮아 무심하기 짝이 없는 아들이

2학기 들어 처음으로 전화를 했다.

2.3일에 한번씩 하던 나도 이젠 적응되어 잘있겠거니 하고

내 일에 바빠 정신없으니..반가움보다 놀랜다.

 

'아들~ 무슨일 있어?'

'아니 그냥.... 그런데 엄마 아무래도 나 기숙사 짤릴거 같어'

이게 무슨소리랴~~~그라믄 하숙 혀야는디~~~~돈이 웰맨디~~~~

아들이야 하숙비가 걱정이겠는가.  방학때 내려와야 한다는게 더 걱정이다.

'엄마 하숙하면서 서울있을 수는 없잖아 방학때 어떻하지?'   말이라고...(속으로만)

크게 말썽안피고 말 잘듣는 아들이라 생활관 점수가 미달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모 고모 삼촌 외삼촌 다 있는데 뭐 걱정이냐  걱정말고 시험이나 잘쳐'

안심시켰지만 절대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참을 문자가 오간다.

'아들 점수가 형편없어?'

'아니 남자 평균에 좀 못미쳐'(학점과 생활관 점수로 50%를 퇴출시킨다.)

'넌 운이 좋드라 너 운을 믿어보자. 아빠 기도를 믿어 보고

엄마는 대책없이 낙관주의다ㅋㅋ'

'응ㅎㅎ 좀 잘 할걸 그랬어.  남게 되면 잘 할게'

 

기숙사쪽에 아는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친정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미안한 일이지만 이런건 정말 싫지만 그래서 봐달란 소린 못하고

이미 점수는 나왔으니 방학때 거취를 정하게 어떻게 될건지만 알려달라고...

(그리고 봐줄 수 있음 좀 봐 달라는 소리다)

발표날 아침 친정아버님이 남게된거 같다고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오후에 아들이 전화가 왔다.  

전체 평균에는 못미쳤지만 이지역아이들 평균이 워낙 낮아서 합격했단다.

아들생각이야 그렇지만

친정 아버님은 당신이 손써서 된거고

난 운이 좋아 된거고

아빠는 기도 때문이고.....

한가지 결과에 생각은 여럿이다.

 

살면서 똑부러지게 지 할일 잘하는것도 중요하고

답답할때 비빌수있는 언덕같은 빽도 필요한거 같고(이것도 능력이다)

'머리좋은놈이 빽좋은놈 못당하고 빽좋은놈이 운좋은놈 못당한다'는 운도 있으면 좋겠고

그리고 내 모든것을 맡길 절대자가 가슴에 있다면....

살아가는데 이모든것들이 아들에게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