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 키우는걸 무척 좋아하는 나는
잡다한 화분들이 많이 있다(화분다운 화분은 없다는 소리)
그리 소문이 나서 개업식날 그 흔한 화장지 들고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들 화분을 들고 왔다.
들고온 분들 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화원집 화분은 별로 안좋아한다.
화원집 꽃들은 그쪽에 길들여져있다.
거름도 듬뿍주고 물도 잘주고 햇빛도 잘드는곳에서...
난 절대로 저리는 못키운다. 그래서 십중팔구는 죽어 나간다.
남의집을 방문하면 베란다를 먼저간다. 대체로 나하고 비슷한 환경이다.
거기서 잘자라고 있는것들을 분양받아 뿌리내리고 커가는걸 보면 정말 재미있다.
어떤때는 몰래 뜯어 올때도 있다 ^^*
몰래 통째로 들고온것 -.-;;
내손에 들어와 세번째 여름을 맞는다.
어느 봄날 약간 높은 창가에 화분들이 즐비한데
그냥 잘려진 펫트병에 은행나무가 두그루 심어져 있었다.
나에게는 커다란 가방이 있었고
펫트병이라 가방에 쏙들어갔고
어쩐지 애교로 봐줄것도 같았고
아무도 보는사람이 없었고(CCTV는 있었을지도)
내가 훨씬 더 이쁘게 키워줄 자신도 있었고...
실내에 있어도 가을되면 단풍들고 겨울되면 잎지고
그리고 봄이 되면 어찌 아는지 마른가지에 싹이 튼다.
얼마나 이쁘고 대견한지...
작은녀석이 한그루 더 있었는데 작년 가을 시름시름하드니 가버리고
올가을은 저녀석 혼자 노랗게 속태울 모양이다.
지난번 지리산 세석에서 몰래 날 따라온 이끼로 단장을 하고 한컷~!
느낌좋은날
2월 초 시험을 치르고 점심을 광주보다는 내려가는길에 담양을 들르기로 하고
동기들과 그럴싸하게 보이는 대통밥 집으로 들어갔다.
음식맛은 광양만 못했지만 정원에 있는 야생화들이 밥값 아깝지 않다.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않아 제대로 된 모습은 아니지만 그 자태들이 보인다.
우리들의 호들갑에 주인 아저씨는 산목하라며 몇개 잘라 주셨다.
저녀석들을 보면 식당에서 밥먹다 받은 반가운 격려문자도 생각나고
어떤걸 하나 해내고 난 홀가분한 기분이 지금도 느껴지고
결과가 좋아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녀석들이다.
버려진 녀석
옛날 도공들은 도자기를 빗다가 맘에 안들면 깨버렸다는데
옥룡토방에서는 초벌구이에 금이 가면 깬다.
저녀석도 초벌구이에 불을 안지 못하고 금이 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큰 항아리 깬조각을 주어들고와 맞춘것이다.
거기에 계룡산장 담벼락에 붙어있는 고사리를 뜯어다 붙였다.
아무리 봐도 멋지다.
그리고 꼭 한마디 한다.
너~~ 내가 고맙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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