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1박2일 지리산과의 외도

고운성 2005. 7. 18. 05:26

사량도와는 몇주전 입맞춤했고 우린 지리산으로 외도를 떠났다.

지리산종주는 몸도 자신이 없었지만 시간도 내기어려워 아예 생각지도 못한일이었지만

우연찮게 시간도 됐고 친구까지 동참해서 이게 기회구나싶어 기회와 욕심만으로 따라갔다.

(다시말하면 멋모르고 따라갔다)

 

금요일 새벽4시반경에 택시를 타고 오성에서 도치바구님을 태우고 연향동으로 이동

나무의자님차를 타고 구례터미널에서 우리는 하차

나무의자님부인은 그차를 몰고 순천으로 돌아갔다.(이부분에서 나무의자님 존경스럽다)

6시 첫차를 타고 30분경에  성삼재에 도착해서 산행이 시작됐다.

깊은산의 잘자란 나무들의 싱그러움과 잘정비된도로옆에 피고있는 야생화들

아침에 상쾌한 바람까지 처음맞는 종주의 설레임을 상승시켰다.

노고단을 지나 대피소에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천왕봉을 향해걷기시작했는데

어차피 천왕봉은 내일볼거란다.

옛적에 피빗이 물들었던 지리산이였지만 지금은 그 기억을 잊으려는듯

연분홍철쭉이 한창이고 갖가지 야생화들과

마음이 부자인 산꾼들의 파이팅으로 넘실거린다.

 

오전에는 좋았다.

길도좋고 여유있게 산책하듯 이정도면 2박3일도 하겟다 오버해가면서

종주코스에서 빠져있는 반야봉까지 돌았다.

더 기가막힌건 우린 점심먹고 배낭을 등받이삼아 코까지 골아가면 한숨씩잤다.

그리고는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내가 선두에 섰었는데 계속 시간은 괜찮다 하면서도 조금만 속도를 내란다.

내가 뭘 아나 가는대로 몇 개를 넘었는지도 모를 봉우리를 넘고

벽소령대피소에서 안내도를 살펴봤다.

우리가 묵을 세석대피소까지 소요시간은 4시간 우리가 가진시간은 3시간.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모르겟지만 7시까지 입소를 안하면 밖에서 자야한다나 어쩐다나.

그때부터 내몸은 내것이 아니었다.

입소시간도 시간이였지만 내자신을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아무생각도 안하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게 질주했다.

단지 표지판의 킬로수와 시간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호흡과

치솓듯 차오르는 심장박동뿐 사실 다리아픈줄도 몰랐다.

머리가 멍해지고 스틱하나 옮길힘조차 없을만큼 온 힘을 다뺀후에야

세석은 우리에게 지붕을 보여주었다.

 

방을 배정받고 저녁은 코펠에 밥을 해먹는단다.

나무의자님은 여자들 데려와서 밥은 하겟지 했겟지만

우리야 전기밥솥에 넣고 코드꽂을줄만 알지

코펠밥을 해봤어야 말이지....

결국엔 나무의자님이 적당히 누룽지까지 눌려서 밥을짖고

도치바구님이 돼지고기넣고 김치치게를끓여 거나하게 먹었다.

 

첫날밤

머리위에서는 바로 별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별빛받을 기력도 없고 눕고싶단생각밖에 없다

숙소에 들어서니 온통 파스냄새로 진동을 하고 다들 절둑거리며 걷고다닌다.

샤워대신 물티슈로 대충 닦아내고

향수대신 물파스를 바르고 (종주때는 여자이길 포기해야한다)

온몸에 전원이 꺼지듯 그렇게 지리산품에 안겼다.

 

새벽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이깨어보니 남자들은 벌써 채비가 끝났다.

새벽부터 갈모양이다.

어제저녁보다는 몸이 많이 회복이 되어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우리계획에는 일출이 빠져있어 좀 서운했었는데

천왕봉에서 오는 사람들이 날씨가 흐려 일출을 못봤단다.

못된심보가 서운한맘이 좀 가신다.

촛대봉을 지나고 자잘한 봉우리를 몇개넘고있는데 구름위로 해가 올라온다.

우리는 다들서서 그 정기를 받고 보너스받은 기분으로 일출을 즐겼다.

장터목에 도착 탁 트인 이른아침산은 신비스러웠다.

그리고 이시간에 여기 있을 기회은 많지 않기에 그 아침을 가슴가득 안았다.

 

아침을 먹고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작년에 백무동에서 한번올라왔었는데

먼길 돌아 어렵게 온 정상이라그런지 그때하고 느낌이 전혀다르다.

우린 샴페인대신 맥주를 터트렸다. 참 도치님 베낭엔 없는게 없다.

맥주도 그냥맥주가 아니고 아이스박스에든 시원한 맥주,

육포안주에 과일에 치즈 두유 등..등...

우리가 제일좋은건 시원한 제리뽀였다.

난 그 베낭을 한번 메어보다 무게를 이기지못해 구를뻔했다.

 

하산은 대개 중산리로 빠진다는데 우리 아니 도치님이랑 나무님은

중봉을 넘고 조개골로 빠지자한다.     우리야 가자는대로 가는거지...

중봉에서 조개골은 통제되어있었고 치밭목산장에 도착 대원사까지 6키로여미터 남았다.

다 끝난거 같았다.

우린 대원사까지 가는길에서 아무리 정상을 정복했어도

산은 만만하지 않다는걸 온몸으로 느꼈다.

돌길이 오르락 내리락 얼마나 험하든지 가도가도 끝이 안나온다.

그좋은 단풍나무 야생화에 철쭉꽃보다 마을뒷산에 감나무가 왜 그리 반갑든지.

2시경 유원지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에 동동주 한잔씩 부딪치니 그 뿌듯함이란...

대원사까지 2키로 임도는 택시를 이용했고 대원사에서 버스로 진주로이동하니

광양차가 바로 대기 일사천리로 넉넉한 시간에 광양에 도착

그렇게 내 화려한 외도는 끝이났다.

 

 

*언제또 하게 될지 모르겟지만 나무의자님 도치바구님 덕분에 좋은산행했습니다.

*회장님 종주축하메시지 감사했습니다.

  만차로 사량도를 떠났다해서 다행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0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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