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서

비오는날 학교앞

고운성 2005. 7. 18. 05:43
난 학교에 애들 우산을 가져가 본적이 거의 없다.
바쁘단 핑계 도 있었고.. 애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젤 큰 건 귀찮아서다 (엄마 싸다 ㅎㅎ)
하루는 늦는다는 딸애 전화에 엄마 노릇해 보겠다고 우산을 챙겨들고 학교를 갔다.
한 시간 가량을 차에서 기다리며 재미있는 걸 봤다.
갑자기 내린 비라 거의 우산이 없었다.
 
우산 없이 비를 맞이하는 애들의 형태가 여러 가지였다.
비를 피해 뛰는 애들이 있었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학생들 기다리는 엄마들을 째려보는 애들도 있었고
책이 젖을까바 가방을 꼭 껴안고 뛰는 애들도 있었고
아예 택시를 부른 애들도 있었다.  (내 기준에서 제일점수를 적게 준 학생들이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지나가는데 3.4명 정도가 날 반하게 했다.
그 애들은 두팔을 활짝 펴고는 깔깔대면서
엉덩이까지 살랑거리며 비를 즐기면서 유유히 지나갔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딸이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줬으면....
어차피 당한일 당당하게 즐기면서(시원해보였다)
그렇게 살아가는 성격이면 좋겟다.
내가 그 성격에 반한건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시 좋은날만 있지는 않을것인데
어려운일을 만났을때
비겁하게 피해가지도 말고
힘들게 불평하지 말고
얄팍하게 요령부리지도 말고
당당하게 맞서서 이겨줬으면....
 
딸애는 친구 엄마의 우산속에서 웃으면서 나타났다.
“그래 어려울때 돕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좋겟구나”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때에 따라 돕는 사람이 많이 예비되어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돌아오는데
좋아하는 딸애를 보면서 어찌 그리 미안하든지....
 
0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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