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나 됐을까
결혼전에 한번 올라보고
결혼해서 얼마안되어 산이 뭔지도 모를때 한번 오르고
가까이 있어서 잘 가지지 않은 월출산을
왕시루봉의 입산통제로 아침에 갑자기 가게 되었다.
연이은 지리산의 힘든 산행으로 지루해있던 나는
속으로 잘되었다 싶었다.
정말 잘됐다는건 산을 타면서 느꼈다.
월출산에 한표를 던진건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영암에 도착해 산을 바라보는데
밖에서만 봐도 너무 잘생긴산이다.
어차피 후미 작정하고 오르는데
바위산이라 가는데 마다 쉬어갈 너럭바위가 있어 아니 쉴수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쉰다 싶었는데 후미대장 한마디한다.
"이건 너무 많이 쉬는건데요"
조금 속력을 내보기로 했다.
땀도 흐르기 시작하고 조금씩 산의 본색이 드러나면서
바위들이 길도 없이 포개져있다.
다행히 바위는 별로 미끄럽지 않았고 잡고 오를만한 돌틈들은 있어서
낑낑대긴 했지만 재미있게 올랐다.
물론 남자들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알될 험한곳도 몇군데 있긴하다.
병풍처럼 둘러서있는 바위산의 위용이 800고지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단풍은 없었지만 작년설악산에서의 감동이 일렁거린다.
아이들이 블럭쌓기하듯 세워져있는 바위들이
손톱으로 튕기면 톡!! 떨어질것 같은데 여름의 태풍과 겨울의 칼바람을
어찌 견디고 저리 서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지나가는길에 있는 구정봉 봉우리 그냥 지나칠려고 했지만
넓은 바위위에 서있는 한점 점처럼 서있는 사람을보고
나도 저리 저 바위위에 서있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방의 빼어난 경관과 그 시원한 바람을 잊을수가 없다.
억새평원에서 억새는 아직 풋풋하고
도갑사로 하산했다.
영암온천에서 몸을 풀고 간단히 돼지머리에 하산주를 나누고
느즈막한 시간에 순천으로 향하는데
음침한 어둠으로 휩쌓인 산등성이는
동화속 마법의성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05.09.10
'산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 화왕산,관룡산 산행 (0) | 2005.10.01 |
---|---|
장흥 천관산 (0) | 2005.09.24 |
추억만들기-봉화산 야간산행 (0) | 2005.09.01 |
심~~봣다 ---보성 천봉산 (0) | 2005.08.27 |
199점 산행 --영신봉 (0) | 200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