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멀리 여인의 옷벗는 소리" 영광 불갑산

고운성 2006. 1. 7. 22:23

학창시절에 어떤시인이 겨울과 눈을 얘기하며

"멀리 여인의 옷벗는 소리"  이 글귀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는지

눈만 보면 이 글귀가 떠오른다.

눈이 오면 멀리서 여인의 옷벗는 소리에

가슴설레이는 노총각마냥 그리 가슴이 설레인다.

 

오늘도 남부와 서해안쪽으로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와

아침의 매서운 바람에 작년 기백산을 은근히 기대하고 영광으로 향했다.

거의 도착할쯤 눈이 많은 고장답게 온땅이 눈에 덮였고

제법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저 쨍쩽한 햇빛이 좀 거슬린다.

아니다 다를까 햇빛에 수줍어서인지

아니면 아무도 알수없는(자신조차도 모르는)여인네의 변덕인지

영광의 여인네는 옷벗기를 그쳤다.

 

불갑사 주차장에 도착.

차에서 약간(아주쬐끔) 떨어진 화장실에서 근심을 털고 나와보니

일행들은 아무도 없고 곰순이와 나도 백운산님

그리고 기사님 넷이서 입산을 시작했다.

불갑사에서 갈림길.

곰순이가 자신있게 오른쪽길을 택했다.

가다보면 만난다나 어쩐다나..

아무튼지 비공식 여성산행대장이고 얼마전 왔었다는 말에

그저 따를 수 밖에...

아무리가도 일행과 만날기미는 보이지 않고

예전에 제암산에서의 미아된 기억에 엄마 잃은 아이마냥 맘은 불안한데

씩씩한 우리의 곰순이 연실봉까지만 가면 된단다.

그렇긴 한데 시차가 안맞으면 어쩔꺼냐고~~ㅠㅠㅠ

왜 이글이는 오늘 안온거야~~~~~ㅠㅠㅠㅠㅠㅠ

 

불갑사 재를 넘는길은 그리 힘들지 않고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불안한 맘으로 걸음을 재촉하는데

한점 바람이 불면서 눈발이 날린다.

어?   고개들어보니

모냐~~~ 나뭇가지에 벗어놓았던 치마자락일세...

 

새해 첫 산행에

길은 잘못 들고

일기예보는 날 속이고

눈은 날갖고 장난치고 있고....

 

연실봉에 도착해보니 우리가 아마도 지름길로 왔던가보다.

일행들은 아직 장군봉이란다.

20분쯤후 일행들과 안도의 상봉을 하고 점심을 했다.

 

봉우리 몇개를 더 넘으며 하산하는데 눈길 하산은 재미가있다.

절반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눈속을 구르다 보니 그새 주차장이다.

기대한것만큼 만족한 눈산행은 아니였지만

이렇게 발품을 팔고 다녀야지만

작년 기백산이나 지난번 덕유산같은 대박을 볼 수 있는것이다.

 

0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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