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산행을 쉬지 그래?"
"알았어요"
다음날
"내가 꼭 있어야하는것도 아닌거 같은데 산에가면 안돼?"
"그럼 이리저리 처리하고 다녀와"
이리하여 나는 오늘도 산을 오른다.
삼거리 매표소를 들머리로 하여 비로봉을 향했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힘은 들지 않았지만 정상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두어시간 오르다보니 앙상한 나뭇가지끝에 눈꽃이 피기시작한다.
가지끝에 팝콘을 매단거처럼 앙증스럽다.
항시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해서 소백산이라드니
멀리 하얀머리가 보이기시작한다. 그리고는 바람이 불기시작한다.
바람이 불면 등을 돌리고 바람을 피하고 다시오르고 피하고 오르고
그리 오르고 있는데 하얀머리가 선명해질수록 바람이 심해진다.
바람이 불어 나무가 없는건지 나무가 없어 바람이 심한건지
나무하나없는 하얀머리에 진입한순간부터는 아무정신이없다.
소백산의 그 유명한 칼바람이란다.
피할 수 도 없는 바람이 불때는 맞서 싸우는 수 밖에 없다.
바람을 밀면서 앞으로 나가는데
바람을 피하겟다고한 마스크와 목도리 그리고 자켓모자가
바람에 펄럭대면서 얼굴을 치고 바람소리에 고막이 터질것같다.
걸음이 제대로 걸어지지를 않는다.
걷기위해 한발을 두는순간 몸이 날아간다.
이건 바람이 아니라 태풍수준이다.
그래도 사람은 자연보다 영악스럽다.
바람이 부는곳으로 아예 누웠더니 힘도 안들고 날아갈 염려도 없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바람을 가르고 능선만 넘어가면 산이 날 포근하게 감싸줄거라는걸....
산에서 맛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에 사는게 힘이부치고 치열함이 필요할때 저 바람을 다시한번 갈라보리라
어찌어찌 올라 비로봉비석이 있는걸 보니 비로봉인모양이다.
정상조망도 모르겟고 사진도 안찍고 바로 국망봉을 향해 들어섰다.
능선이 꺽이는 순간 전혀 딴세상이다.
마치 무중력상태처럼 고요하고 몸이 가볍다.
이맛에 사는거지...
국망봉가는길목에서 점심들을 하는데
도시락 내기도 귀찮고 아직찌게도 도착을 안하고
수저만 들고 여기저기 도시락들 맛보고 다니다 보니 배가부르다.
그렇게 내도시락은 꺼내지도 않고 점심을 해결했다.
두번째 정상인 국망봉
마의태자가 추운겨을에도 베옷을 입고 잃은 신라를 바라보며 통곡을 했다는데
저 칼바람을 견디며 신라를 찾기를 소원했겟지만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건 아니니
내할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하늘의 힘을 빌어본다.
날머리인 배점리로 향하는시간
수북한 눈위로 미끄러지듯 달려오고 나니 지리한 임도가 기다린다.
구곡계곡의 계곡물은 아홉구비 꽁꽁얼어붙은 계곡을 녹이면서
열심히 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주차장엔 이리보고 저리봐도 이쁘고 야무진 곰순이가 준비해서 보내준
육계장이 끊고 있고 우리는 감사하며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테잎이 돌고또돌면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그세월이 너무 길~~~~~~~~~~~~~~~~어요~
이노래를 네번째쯤 들을때 우리는 사천 휴계소에 도착했고
허리펴로 나가면서 한마디씩한다.
"이제 다왔그만"
"잉 인자 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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