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서 109

오늘도 베낭을 메다.

추석전날 며느리들 꼼짝못하는 날이지만 난 오늘도 등산화에 베낭을 멨다. 명절만 돌아오면 머리골치가 아프드니 이것도 해가 갈수록 이력이 붙어서 할만하다. 아침에 시댁(바로 앞동)에 가서 일찌감치 준비해버리고 오후쯤 되니 별일없으니 이제 너볼일 보란다. 시간을 주실려면 아침부터 줘야 산에를 가든지 하지ㅎㅎㅎ 여태 날나리 며느리였으니 오늘은 맘먹고 며느리 노릇하기로하고 "어머님 산에 밤주으러 갈까요?" "그럴래? 모기가 많아서 긴팔입고 장갑도 껴야된다. " 덩달아 아버님까지 신이나셨다. 잠퉁이 신랑은 잠잔다고 집으로 가버리고 아들녀석은 곧 시험이라면서 공부한다고 말도 못하게하고 딸은 공부보다야 산에가는게 났겟다 싶었는지 따라나선다. 시부모님과 딸 그리고 시조카 이렇게 다섯명이서 밤사냥을 나갔다. 그래 오늘이 ..

일상을 떠나서 2005.09.17

아버지

광주에 계시는 친정아버지께서 일보러 광양에 오셨다. 아버지는 광양에 오시면 꼭 드시는게 있다. "광양숯불고기" 밥먹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식당 환풍기로 빠져나오는 고기냄새를 맡고 감기를 이기셨다드니 얼마나 사무쳤는지 고기맛이 아니고 그시절 한풀이로 드시는거 같다. 광우병도 그한을 이기지못했다. 칠순을 훌쩍 넘기시고 몇해전만 해도 내려오시면 불러내어 고기 사주시고 계산이라도 할라치면 호통을 치시드니 오늘은 슬그머니 물러나신다. 괜스레 서글퍼진다. 터미널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데 그 뒷모습이 마음 아프게한다. 염색사이로 희끗한 머리와 더 야워지고 내려앉은 어깨 휘청한 발걸음... 어느시절에는 내 인생이 저 어깨위에 달려 있었는데.... 05. 6. 14

일상을 떠나서 2005.07.18

마지막 터미널

좋은사람들과 인연을 맺다 보면 본의아니게 좋은일도 하게된다. 가깝게지내는 아줌마들(스틱부대)을 통해 실로암에서 하는 목욕봉사에 합류했다. 일주일에 한번 오전에 시간을 내어 중증장애인들을 찾아가 목욕을 시키는데 거의가 노인분들이다. 나이가 좀 젊은 사람들은 고마워하고 목욕에 적극적이지만 나이가 많거나 중증환자들은 목욕을 귀찮아하고 싫어한다. 그렇지만 누워만 있는 환자들은 욕창이 생기기 쉽기때문에 한번씩 혈액순환도 시키고 맛사지겸 목욕을 해야한다. 갈때마다 안한다고 어린아이처럼 고집부리던 할머니집으로 갔는데 할머니가 순순히 시키는 대로 잘한다. 때가 많이 꼇다면서 펴지지도 않는 손으로 연신 몸을 문지르신다. 아흔이 다된할머니가 몸이좋아져봐야 큰희망이야 없겟지만 이럴땐 기분이 좋다. "할머니 몸이 많이 좋아지..

일상을 떠나서 2005.07.18

비오는날 학교앞

난 학교에 애들 우산을 가져가 본적이 거의 없다. 바쁘단 핑계 도 있었고.. 애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젤 큰 건 귀찮아서다 (엄마 싸다 ㅎㅎ) 하루는 늦는다는 딸애 전화에 엄마 노릇해 보겠다고 우산을 챙겨들고 학교를 갔다. 한 시간 가량을 차에서 기다리며 재미있는 걸 봤다. 갑자기 내린 비라 거의 우산이 없었다. 우산 없이 비를 맞이하는 애들의 형태가 여러 가지였다. 비를 피해 뛰는 애들이 있었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학생들 기다리는 엄마들을 째려보는 애들도 있었고 책이 젖을까바 가방을 꼭 껴안고 뛰는 애들도 있었고 아예 택시를 부른 애들도 있었다. (내 기준에서 제일점수를 적게 준 학생들이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지나가는데 3.4명 정도가 날 반하게 했다. 그 애들은 두팔을 활짝 ..

일상을 떠나서 2005.07.18

그걸 왜 갸한테 물어봐~~~~~~

방학이 되면 신랑이 애들 공부를 가르친다 아들은 이제 커서 손도 못데고 제법 알아서 잘한다 이제 문제는 딸인데.... 겨울에 중1 딸을 데리고 공부를 한다고 책상에 앉아서 가르치는데 시끌시끌하다 아들가르칠때는 조용했었다 시끄러울일이 없었다 문제집 놓고 풀어놓으면 틀린거 한두개 가르쳐주면 끝이니... 딸은 심상치가 않다 갈수록 신랑 목소리가 커져간다 옆에서 보고있으면 공부는 신랑이 하고 딸은 구경하고 있다 *지금은 공부시간* 아빠:딸아 그러니까 이문제는 이렇게 해서 저렇게 되는거야 그럼 이게 이렇게 될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딸:(턱고이고 한쪽다리 달~달~떨면서) 그걸왜 나한테 물어봐???? 엄마:그래!! 그걸왜 갸한테 물어바~~ 나한테 물어봐 뭐~뭐~ 얘기를 듣고 아들은 밥도 못먹고 웃어대는데 딸은 아직..

일상을 떠나서 2005.07.18